세계 언어를 화자 수가 많은 순서로 나열하면 어느 것이 1등일까요? 현대의 세계 공용어라 할 수 있는 영어가 아닐까요? 그렇지만 영어를 얼마나 잘 구사해야 ‘영어를 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그렇다면 모어 화자 수 기준으로 살펴보는 것이 좀 더 선명할 것 같습니다. 인구 면에서는 지구에서 중국을 따라올 국가가 없는만큼, 표준 중국어Standard Chinese를 포함하는 방언군인 관화Mandarin가 모어 화자 약 9억 5500만 명으로 단연 1위입니다. 이렇게 보면 모어 화자가 3억 6천만 명 정도인 영어는 2위도 아니고 3위로 밀립니다. 스페인어가 영어보다 4500만 명 가량 모어 화자가 더 많습니다. (통계는 2010년 기준입니다.)

이렇게 억 단위에서 노는 언어들을 보면 한국어는 순위권 저 바깥에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17위입니다. (프랑스어가 18위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18등까지의 언어들 중 절반인 9개의 언어가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점입니다. 50위까지의 언어들 중에서는 22개, 100위까지는 44개의 언어가 이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지구 인구의 절반이 약간 못 되는 엄청난 수치입니다. 제목을 통해 추론할 수 있듯이, 모두 인도·유럽어족Indo-European languages에 속하는 언어들이기 때문입니다. (어족의 개념에 관해서는 이 글을 참조하세요.)

Primary_Human_Language_Families_Map.png

위 지도에서 초록색 계열로 표시된 지역이 오늘날 인도·유럽어족 언어가 주로 사용되는 곳들입니다. 이끼 낀 바위마냥 방대한 면적이 초록색으로 칠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지역들에 아주 다양한 언어들이 존재하는데 모두 하나의 계통에 속한다는 사실이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 영어를 잘 한다고 스페인어까지 구사할 수 있지는 않으니까요. 하물며 인도의 힌디어Hindi는 어순이 ‘주어가 목적어를 동사한다’로, 영어보다는 한국어에 가깝습니다. 이는 각 언어들이 오래 전부터 이주를 통해 갈라져 나와, 인도·유럽어족 안의 하위 어파branch를 형성했기 때문입니다. 어파 안에도 다양한 어군들이 존재합니다. (이 어족>어파>어군 분류법은 한국어에서만 통용됩니다.)

인도·유럽어족의 어파는 총 열 개가 있는데, 현재는 여덟 개가 살아남아 있습니다. 각 어파의 이름과 주요 하위 어군은 다음과 같습니다. († 표시는 사멸한 어족/어파/어군/언어 앞에 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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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의 역사에서 인도·유럽어족이 갖는 중요성은 이전 글에서 언급했습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문법학, 수사학, 논리학의 세 가지 측면에서 언어를 일종의 ‘기술’처럼 다뤘고, 동아시아에서는 한자의 구성 원리와 발음 등에 관심을 가졌다면, 인도·유럽어족의 발견을 기점으로 언어는 ‘규칙을 통해 분석하는’ 과학적 연구 대상으로 격상됩니다. 비록 인도·유럽어족에 대한 역사적 비교 연구가 사실상 대부분 끝에 다다른 지금에는 언어학의 동향도 ‘현재의 언어 상태’를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인도·유럽어학의 언어학적 기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제부터 서유럽의 인도·유럽어, 이탈리아어파와 켈트어파를 시작으로 인도·유럽어족 각 어파, 그리고 그 이웃 어족들의 역사와 특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작성 양재영 감수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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